『Figure 351』 이제부터 책을 한 권 만들어 보기로 하자. 책꽂이 맨 윗칸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다음 칸, 그다음 칸으로 이어가 맨 아랫칸까지 순차적으로 한 권씩 뽑아 펼쳐서 맨 처음 등장하는 이미지를 수집한다(스캔하든 복사하든 찢어내든). 그리고 이를 차례로 쪽수를 매겨 묶어낸다. 한 권의 책, 끝. 책을 손에 뽑아 들고 책장을 넘길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글이 아니라 이미지다. 이렇게 등장하는 이미지는 어떤 식으로든 책의 내용에 관여한다. 어디서든 책을 뽑아 들면 먼저 책장을 후루룩 훑어보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행위다. 그렇다면 책꽂이의 모든 책을 한 권으로 훑어보는 느낌은 어떨까? 해서, 이렇게 수집된 이미지는 책의 숫자만큼 다양하다. 제각기 드러내는 메시지 또한 그렇다. 물리적인 크기도 마찬가지다. 수집이라는 방식의 반복이지만 그 반복의 단순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것이 없는 독립된 이미지들은 어느 것 하나 도드라지는 일 없이 공존한다. 그 이미지들은 이 책에서 수동적으로 등장하지만, 독자들을 이끌고 스토리를 헤쳐 나가야 하기에 쉽지 않은 역할이다. 애초에 무엇을 할지 알고 싶지 않았기에 리스트나 구성도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도 아무 생각 없이 펼쳐 넘기거나 아니면 이제부터 스스로 뭔가를 느끼거나 생각해야 한다. 다음 장의 예측을 불허하는,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책이다. 그 둘 어느 것도 반기지 않는 요즘 출판 환경 속에서 말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을 보고 생각해야 하는지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무엇을 볼지 선택할 권리를 준다. 이는 곧 책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효력(?)이 있다. 이미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아무 말도 없는 순간, 바로 그 ‘고요한 순간’이 그 어떤 메시지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단 한 권의 책, 『Figure 351』 (최현호)이다. 351개의 이미지, 351권의 책 이야기다. Medium: Book (16.1 × 22.5cm, 361pp.) Client: Self-initiated Year: 2017사이트 링크 : http://www.thebookshow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