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매거진 CA #237호(2018년 3~4월호) SPECIAL REPORT에서 '2018 올해의 컬러'로 주목받은 보라 VIOLET를 재조명한다 왕의 색보라는 고대 왕족의 색이었다. 보라색이 이런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천연물에서 자색 염료를 추출하는 과정이 어렵고 까다로워 그 값이 매우 비쌌으며, 결과적으로 지체 높고 부유한 사람만이 보라색 염료로 물들인 옷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라색 옷을 입는 것은 카이사르만의 특권이었으며, 네로 황제의 경우 자신 이외에 보라색을 쓰는 자는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까지 만들었을 정도였다. 보라색이 국기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 역시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라색 염료의 재료가 되는 조개 껍질이 지중해의 티레라는 지역에서밖에 채취할 수 없었다는 점과 1g의 염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1만 개 정도의 조개가 필요했다. 1951년 영화 Quo Vadis 속 네로 황제가 보라색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양 설화 등을 보아도 비범한 사람이 태어날 때, 자색 구름이 집 주위를 에워싼다고 묘사되는 등 보라색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믿어져 왔으며, 마찬가지로 보라색은 특권 계층의 색이었다. 구당서 백제전에 의하면 백제의 왕은 자색 도포를 입었다고 하며, 신라의 골품제에서 보라색 관복을 입을 수 있는 것은 성골과 진골뿐이었다. 히피의 색1960년대 들어서 보라는 반문화의 색으로 히피, 반항, 사이키델릭 아트, 양성애과 연관되기 시작했다. 보라색 꽃, 보라색 평화 사인, 보랏빛 블라우스 등이 샌프란시스코, 파리, 런던, 베를린, 도쿄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펴졌고, 지미 핸드릭스 Jimi Hendrix의 <퍼플 헤이즈 Purple Haze>는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시대의 보랏빛 안개를 노래했다. 지미 핸드릭스의 <퍼플 헤이즈> 앨범 커버. 하지만, 헤로인 중독, 약물 과다 복용, 짐 모리슨의 죽음, 롤링 스톤스 공연 중 폭주족에 의한 흑인 관객 사망 사건, 미국/독일/이탈리아에서 발생한 극좌 테러리즘과 같은 사건들이 보라 시대의 제2막이 내렸음을 알리는 듯 했다. 그러나, 기타의 거장 핸드릭스가 죽은 지 15년 뒤 그의 후계자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던 프린스 Prince가 싱글 앨범 <퍼플 레인 Purple Rain>을 들고 나타나 80년대에 보랏빛 열풍을 다시 한번 일으켰다. 디자인 속 보라카림 라시드 Karim Rasid21세기 산업 디자이너로, 전 세계 어디서나 그의 디자인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다채로운 원색을 사용하는 디자인으로 유명하며, 현대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선형 패턴의 플라스틱 가구는 카림 라시드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을 '감각적인 미니멀리즘, 센슈얼리즘(Sensualism)'이라고 말한다. 프루티 피즈 Frooti Fizz, 사그마이스터 & 월시 Sagmeister & Walsh미국의 대표 디자인 스튜디오 중 하나인 사그마이스터 & 월시가 인도 스파클링 망고 주스 브랜드인 프루티 피즈를 위해 만든 작업물이다. 브랜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친숙함을 유지함과 동시에, 보라색을 사용함으로써 펑키(funky)함, 에너제틱함, 신선함, 세련됨을 더하는 시각적 언어를 제작했다. 참고 문헌<컬러 인문학> 개빈 에번스, 강미경 옮김.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