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디자인 매거진 CA 1998년 말에 창간된 이후 디자인 매거진 CA는 크게 다섯 단계의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제호를 변경한 것이다. 영국에서 발행되어 전 세계에서 판매될 뿐만 아니라 언어가 다른 나라에서는 각 현지어 판으로 발간되던 <컴퓨터아트(Computer Arts)> 한국판이 2008년 4월호부터 첫 글자만 따와 <CA>로 제호를 바꾼 것이다. 이는 자주적인 독립과 자립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첫 시도였다. 하나, 자립 제호의 로고는 ‘A’ 글자의 윈 쪽 사변을 더욱 비스듬하게 눕혀서 ‘C’와 ‘A’ 사이에 여러 가지 중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개념이었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크리에이티브(Creative), 크로스 미디어(Crossmedia)의 세 가지 뜻이다. 제호 브랜드와 본분 레이아웃 시스템은 당시 SK 커뮤니케이션즈 디자인 본부장이었던 한명수 이사가 맡았다. 둘, 광고 두 번째는 광고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2009년 2월호(이슈 135호)부터 광고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표지에서부터 광고를 뺐다. 광고 없는 잡지로 관점을 바꾸면서부터 하나둘씩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었다. 독립적인 내용으로 잡지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자립적인 생태계의 뿌리를 내리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내재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힘으로 2012년 3월에 자매지인 <CA COLLECTION> 한국판 첫 호를 발간했다. 디자인계의 핵심 주제 여섯 가지(그래픽,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 브랜딩, 사진, 광고)를 매호 한 가지씩 심층적으로 다룬 이 잡지는 일 년에 여섯 번 발행되는 무크지 형태의 격월간지이다. 구성과 내용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커다란 관심 속에 열다섯 권을 발행하고는 새로운 실험은 종료되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윈쪽)2008년 4월호(이슈 125호) 표지, (중앙)2009년 2월호(이슈 135호) 표지, (오른쪽)CA COLLECTION 창간호 셋, 거꾸로 세 번째는 이슈 187호(2013년 6월)의 리뉴얼이다. 이때는 두 가지 목표가 분명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제호에 대한 브랜드를 확실하게 인지시킨다는 목적과 ‘모든 것을 완전히 다르게 바꾼다’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의 콘셉트였다. 기존의 관습을 뒤집어 거꾸로 가는 것이었지만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작업에 초점을 맞춰오던 편집방향은 더욱 확고해지고 집중되었다. 디자인의 산업적인 측면에 대해선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기성의 디자인에 대해서도 눈길을 거두었으며, 오직 신진 디자이너에게만 집중했다. 이 작업은 디자인 스튜디오 오디너리피플의 강진, 서정민, 이재하 세 명이 함께 했으며,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을 거두었다. 표지부터 과감해졌다. 제호 ‘CA’는 표지 전체를 4등분한 그리드에서 오른쪽 상단의 4분의 1을 가득 채우는 파격을 감행했다. 마치 ‘CA’만을 기억하라 혹은 ‘내가 CA다’라는 선언 같았다. 편집팀과 디자인팀에 그만큼 힘이 넘쳤다. 내지 디자인 콘셉트는 정보를 읽기 쉽게 정리하는 방법으로 네모 박스를 시스템으로 사용했고, 정보의 묶음과 그 사이 공간을 자유롭게 터서 시각적인 조형미를 더했다. 잘 정돈되었고, 신선한 젊음의 힘이 넘쳤다.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도 일관되었다. 표지 뒷면에 ‘세계의 디자인을 보는 창’이라는 태그라인과 함께 편집방향의 구체적인 설명을 고정적으로 게시했다. 언젠가 목적을 달성하여 스스로 떼어낼 때까지는. ‘디자인 매거진 CA는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는 놀라운 작품들과 뛰어난 디자이너들의 생각 그리고 깊이 있는 통찰력을 담고자 합니다. 세계 디자인계의 트렌드를 비롯하여 실용적이고 유용한 인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을 독자들에게 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감한 시도들은 리뉴얼 1주년 기념 전시로 선보였다. CA #187 - #198 CA-오디너리피플, 리뉴얼 1주년 기념 전시 / 더갤러리 2층 오디너리피플 1차 리뉴얼 표지 콘셉트 오디너리피플 2차 표지 콘셉트 스튜디오 보이어의 이화영 디자이너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제호 ‘C’와 ‘A’의 사이를 완전하게 떼어 놓았다. 그 사이에 디자인 매거진 CA가 바라보는 이야기, 즉 유모어를 담아내겠다는 콘셉트였다. 본문 레이아웃은 훨씬 자유로워졌고 화려해졌다. 초기 표지 시안(A안, B안, C안 중 마지막 C안을 선택함) 'C'와 'A' 사이의 이야기라는 스토리텔링의 콘셉트로 발전. 이슈 239호(7-8월호)부터는 책과 옷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양민영이 디자인을 맡아 더욱 실험적으로 달궈지고 있다. 원칙 이같은 과감한 실험과 함께 디자인 매거진 CA가 앞으로 일관되게 지키고자 하는 점은 디자인의 모든 것은 디자이너에게 완전히 맡긴다는 약속이다. 나아가 디자이너가 잡지의 속(콘텐트)까지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열어놓는다는 것. 그런 가운데 특징적인 것은 2년 혹은 3년 간격으로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기존과 전혀 다른 디자인 시스템으로 실험을 계속해 나간다는 점이다. 이는 완전한 자율로 잡지에 참여하는 것이며, 그러한 태도와 시도와 결과물 자체로써, 이것이 또 하나의 디자인 매거진 CA를 상징하는 실험적인 콘텐트라는 관점이다. 넷, 격월간 CA 네 번째 변신은 2017년 3월호부터 단행한 격월간으로의 전환이다. 통권 230호, 그러니까 230개월(19년 2개월)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발행해 오던 디자인 매거진 CA가 231호부터 월간에서 격월간으로 전환하여 발행하는 엄청난 결정이 내려졌다. 정보의 생산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시간과 공간의 간격을 넓힘으로써, 여유를 만드는 것이 종이 매거진의 유일한 대안 지점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고 나서 2년이 다 흘렀다. 그 변화는 우선 한 권의 잡지를 기획하고 만드는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여유로움을 그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 여유로움은 정신적으로 이어져 알게 모르게 영양을 공급해 준다. 그로인해 다채롭고 과감한 기획으로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 과정에서도 더욱 정교해지고,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도 이같은 변화는 또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감은 만들어 준다. 이 변화가 확장되어 올해 들어서 그동안 해오던 여러 가지 일들을 정리하여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격월간으로 전환한 디자인 매거진 CA 231호. 보이어가 작업했다. 다섯, 독립 출판 브랜드 CABOOKS 다섯 번째는 독립 출판 브랜드 CABOOKS의 탄생이다. 'CABOOKS'로 붙여 쓰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씨에이북스'로 읽는다. CABOOKS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원형에 밑줄을 긋는 형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다. 그 밑줄은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단어(키워드)나 문장 혹은 사물을 특별하게 표시해 놓는 기호이다.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찾아 밑줄을 긋는다는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CA'+'무엇'으로 확장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CA+BOOK와 CA+CON이 그렇다. 비주얼 작업은 글꼴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과 함께 했다. CABOOKS는 ‘사람과 사물과 자연의 원형 속에서 피어나는 가치를 생각한다’는,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마음의 방향을 모토로 정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은 매거진과 단행본과 콘퍼런스를 퍼블리싱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는 세 개의 매체를 출판이라는 형태(플랫폼)에서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일이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원형’을 생각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 원형은 소소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눈부신 찰나의 순간이며,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그 원형이 가지는 시각적이고 철학적인 아이덴티티와 그것이 사회로 이어졌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낳는가 하는 이야기다. 예컨대, 우리는 ‘연필’이라는 원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채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냈다.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그 모든 순간들의 가치 있는 특별함을 담아내고자 한다. CABOOKS 아이덴티티 편집방향 디자인 매거진 CA의 편집방향을 매타테그로 요약하면 다음의 다섯 가지다. #practical (실용적이고 유용한) #inspiring (영감을 불어넣는)#in-depth (깊이 있는)#unexpected (기대하지 못한) #independent (독립적인) 그리고 디자인 매거진 CA는 스티븐 헬러의 21세기 현대 사회에서의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양한 플랫폼에 기반을 둔 미적, 창의적, 기술적 활동으로써, 전통적인 아날로그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디지털을 넘나드는 것이다.’(자신의 저서 <기술과 디자인>에서) 디자인 매거진 CA는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를 바탕으로 CA는 독자들의 ‘창조적인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다른 세상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행동을 서슴지 않으려고 한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다루고자 하며, 독자들의 창의력을 넓히고 자극할 수 있는, 그들이 ‘기대하지 못한’ 내용들을 포함하고자 한다. 또한 현대 사회 속의 디자인을 좀 더 광범위하고 다채로운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개념으로 시야를 넓혀 다양한 ‘창작 예술인’들의 스토리를 탐색하려고 한다. 가능한 더 넓은 세상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많은 분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