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나가 공간 moteloom과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 앨범 mono 아이덴티티 작업을 소개한다. 김영나 Na Kim 테이블유니온의 멤버이자 서울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ynkim.com 작업 개요장기하, 혁오, 강산에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의 아이덴티티를 작업한 인연으로 2016년 이후 다양한 프로젝트를 협업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의뢰받을 당시, 올해 가을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는 연희동에 moteloom이라는 새 공간을 열 계획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5집 앨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장기하는 앨범 발매 전 새롭게 열 moteloom에서 9주 동안 소수 관객을 대상으로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자 했다. 이렇게 이 두 프로젝트는 공간과 아이덴티티 그리고 그 안에서의 공연 이벤트, 이를 정리하는 앨범 그래픽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함께 진행되었다. 과정:moteloommoteloom은 특정한 목적이 정해진 공간이 아니었다.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소규모 공연,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전시 혹은 레지던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획 정도만 있었다. moteloom이라는 이름은 혁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숙박과 전혀 관련 없는 공간이지만, 로드 무비에서 연상되는 미국 서부지역의 드라이브 인 모텔을 떠올렸다고 한다. 느슨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이 적절하게 섞여 있고, 머무르는 사람들과 데면데면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그런 오래된 모텔 룸. 이 공간에서 그러한 의미를 가져가되 다른 방식의 읽기를 제안하기 위해 room에서 r을 제외하고, 한 단어로 만든 ‘moteloom’으로 최종 네이밍을 정했다. 그리고 moteloom의 아이덴티티는 모텔의 간판을 연상하게 하는 Die Woche 서체의 낱글자를 사각형에 담아 의도적으로 mote/loom으로 읽히도록 배열했다. 이 배열은 아이덴티티의 애플리케이션 전반에 활용되고 있으며 건물 외벽에 페인팅으로 처리된 사이니지에 가장 잘 표현되어 있다. moteloom은 연희동의 마당 딸린 2층 주택으로, 꽤 단단하게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원주인의 취미 생활을 위해 특별히 건물 외벽이 매우 두껍고, 2층의 층고는 매우 높았다. 1층은 주로 간단한 음료를 판매하는 카페, 숍 그리고 모임 공간으로, 그리고 2층은 소규모 공연이나 상영회를 하기 적합한 구조였다. 건물의 유리창도 꽤 멋을 낸 배열이었는데, 건물 외장재와 컬러가 단순하다 보니, 유리창의 구조는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어쩌면 이 특별한 구조가 이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부에서 창과 창틀의 구조를 가구나 계단 혹은 조명 등의 실용적인 실내 구조로 변화시키고자 했다. 과정:monomono는 홀로되는 의미를 다양하게 해석한 앨범이다. 혼자라서 드는 여러 가지 생각과 의미를 담았다. 막상 누구나 공유하는 경험이지만, 여기에서 오는 느낌은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는 생각에 앨범의 직접적인 의미를 해석해 그래픽에 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작업자로서 혼자일 때 만들어가는 이미지들을 앨범과 관계없이 사용하기로 했고, 이 작업은 장기하가 이야기하는 mono를 해석한 그래픽 디자인이라기보다는 mono의 의미가 던져졌을 때 내가 할 법한 수행적인 작업이다. 장기하는 이렇게 풀어가는 방식을 무척 좋아했고,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해석이 아닌 실천을 앨범 전반에 담을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결과 moteloom과 mono는 엄밀히 별개의 프로젝트였으나, mono 장기 공연을 moteloom의 첫 번째 행사로 진행하게 되면서 두 프로젝트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다. moteloom의 아이덴티티에 큰 영감을 준 드라이브 인 모텔의 사각 간판은 실제 공간의 유리창과 창틀의 특별한 구조 크기에 맞추어 제작했고, 이 창틀 크기의 간판들을 mono 공연의 무대 디자인에 활용했다. mono 공연은 소수의 관객을 초대하여 매주 2-3회, 총 9주 동안 진행한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30명 남짓한 관객은 공연 내내 헤드폰을 통해 장기하와 얼굴들의 라이브를 들었고, 당연히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심리적으로도 무척 가까웠다. 이 무대의 배경이 된 4가지 색 간판은 mono 앨범 디자인에 사용된 스티커의 기본 컬러에서 선택했다. 공간의 구조와 그 공간에서의 비물질적인 활동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요소가 긴밀하게 연결된 지점이다. mono 공연 이후에도 moteloom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테지만, 유리창과 창틀의 구조를 포함한 이 공간의 원형은 moteloom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변주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해당 기사 전문은 CA MAGAZINE #242 <NEW YEAR, NEW STA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